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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 - 디지털 생물학(피터 벤틀리)(김영사)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4214


피터 벤틀리의 "디지털 생물학"은 생물학이 컴퓨터 공학에 어떻게 응용 되는지 소개한다. 책은 세계, 진화, 뇌,곤충, 식물,면역계,성장,해답 등의 단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생물학과 컴퓨터 기술이라는 전혀 연관 없어보이는 분야가 어떻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의 첫 단원부터 흥미로운 내용을 보았다. 첫 단원 "세계"는 짧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잘 담겨있다. 작가는 컴퓨터 속에서 돌아가는 가상 세계를 단순한 시뮬레이터가 아닌 또 하나의 세계라고 말한다. 실제 세계를 분자, 원자, 기본 입자로 쪼개고 쪼개다 보면 결국은 에너지의 한 점에 불과하다. 컴퓨터 세계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이질적이고 다르다고 느끼지만 결국 컴퓨터 세계 또한 쪼개면 마찬가지로 에너지의 한 점에 불과하다.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컴퓨터 또한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강조했다. 나로 하여금 우리 세계에 대한 의문을 많이 생각하게 하였다. “컴퓨터 세계 속 개체는 자기 자신이 시뮬레이션 중인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세계에서도 우리가 시뮬레이션 중인 것을 알 수 있을까?” 확실하게 느낀 점은 디지털 세계를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닌 우리 세계를 반영하는 거울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본문에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유전 프로그래밍에 대한 내용은 주제탐구쓰기 대회의 주제를 정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곤충 등의 무리 생물들의 행동을 응용한 탐색 알고리즘, 인체 면역계의 항체를 모방한 보안 프로그램 등 재미있는 내용들이었다. 생물학이 이렇게 상관없어 보이는 컴퓨터 기술과 잘 융합된다는것이 매우 놀라웠다.


이 책은 2001년 출판되었다. 컴퓨터 기술은 1년의 차이도 매우 크게 작용하지만, 여전히 읽을만하고 재미있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17년동안 발전한 컴퓨터 기술들이 누락되어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기는 하다. 특히 뇌에 대한 내용이 그러했는데, 현재 인공 신경망 기술을 크게 진보시킨 "딥러닝"기법이 등장하기 전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인공신경망에 대한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는다. 또한 인공 신경망의 가중치를 유전 알고리즘으로 적용하는 NEAT와 같은 신경망 진화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언급이 많이 되고 있지 않다. 유전 프로그래밍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만,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전 프로그래밍에는 아직까지 그렇다한 진전이 없다. 당시와 현재와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리 지능에 대한 내용도 많이 재미있었다. 나는 무리 지능에 대해서 독서 멘토링에서 발표를 했었는데, 여기에 소개된 사례들을 많이 참고하였다. 책에 나오는 무리 지능 중 Boids라는 디지털 생물이 소개된다. boids는 아주 간단한 규칙으로 실제 생물처럼 무리를 짓는다. 사실 Boids에 대한 내용은 강연 등에서 들은 바가 있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것을 컴퓨터 공학에 응용한 사례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데이터 과학에도 사용된다는 것은 놀라웠다. 무리로 뭉쳐서 돌아다니는 것을 응용해서 탐색 알고리즘에 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2학년때 연구했던 유전 알고리즘 보다도 효율적이라고 한다. 생물이 무리짓는 것을 데이터 과학이라는 생물학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boids 뿐만 아니라 개미 무리에서 모티브를 받은 "개미 무리 최적화"(PSO)라는 탐색 알고리즘도 소개되어있다.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앞의 Boids와는 달리, 개미 무리 최적화는 지금까지도 곳곳에 쓰이는듯 하다. 인터넷에 개미 무리 최적화를 검색해 보니 정말 많은 분야에 이것을 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연구해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사실 책에서는 이 PSO가 새롭게 개척된 분야로 소개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것을 이용한 사례가 많이 있다. 주요한 탐색 알고리즘 중 하나로 크게 성장한 듯 하다.


"성장" 단락의 내용은 새롭게 알게 된 지식들이 많았다. 우리 몸이 성장할 때, 세포 스스로는 내가 발이 될지, 손이 될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세포가 분화할때 일종의 관리자가 있어서 세포들로 하여금 이러한 세포가 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세포가 분화하는 원리는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 원리가 발견된다면 이 원리를 다양한 곳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의 발달을 가장 먼저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아마 군체 로봇 분야일 것이다. 최근 평창 올림픽에서 사용된 드론쇼와 같이 말이다. 평창 올림픽의 드론쇼는 드론들의 위치를 일일히 지정하는 방식(중앙에서 제어하는 방식)이지만, 세포의 발달과 같은 과정을 군체 로봇에 응용한다면 딱히 지시를 내리는 중앙 컴퓨터가 없어도 로봇들이 스스로 자기 자리를 잘 자리잡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든 생각은 학문간 연계가 크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길, 생물학이나, 컴퓨터 공학자나, 물리학자들이 각각의  접근 방식과 어휘로 설명하는 것들 중 사실은 완전히 같은 현상이었다는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제간 연구가 유연하지 못하다 보니 단절되어 함께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물학과 컴퓨터 공학의 연계가 엄청난 시너지를 낸 것 처럼, 다른 학문들도 학제간 연계가 매우 유연하게 된다면 인간의 인식수준과 기술의 발달을 폭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이 책은 조그마한 세포에서 컴퓨터, 거대한 우주, 의식까지 두루두루 살펴보면서 여러모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시야를 크게 넓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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